내 인생에 결정적으로 모자라는 것이 무엇일까. 무엇이 하나 보충되면 내 인생이 한층 풍성해질까. 생각할 것도 없이 그것은 이것입니다, 라고 말할 만큼 한이 맺힌 것도 절실한 것도 없지만 조금 생각해 보면 최근 그것은 언제나 영어 능력이었다.
영어를 사용하지 않으면 안되는 모임에 다녀올 때마다, 꼭 하지 않으면 안 될 말만 하고, 종횡무진한 생각이 내 영어에 갇힐 때마다 영어를 잘 했다면 내 인생이 나아졌을텐데 하는 생각을 지을 수 없다. 영어로 하는 말들을 다 알아 들을 수 있다면, 영어로 내 생각을 다 말할 수 있다면, 우리 말처럼 부담없이 영어를 읽을 수 있다면... 오죽하면 목사가, 스쳐가는 생각이었지만, 방언과 영어 중에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영어를 고를 생각을 다 했겠는가.
미국생활 11년, 이런 생각 11년에 나는 아직도 영어가 이 모양 이 꼴인 것이 한심하다.
나는 이번에도 영어를 좀 말하지 않으면 안 되는 모임에 다녀오며 얼마 전에 읽은 '주켄 사람들'에 실린 길옥윤씨 이야기가 생각났다. 주켄공업은 선착순으로 직원을 채용하는 일본의 첨단중소기업이다. 그 회사 대표이사인 마츠우라는 재즈 트럼본을 연주하는 사람이었는데 당시 이미 유명했던 색스폰 연주자 길옥윤씨를 자기의 은인으로 꼽고 있다.
다음은 그가 길씨를 회상하며 떠올린 말이다. '마츠우라. 자네 연주를 듣고 눈물을 흘린 사람이 있나? ... 한 사람의 마음에 말을 걸어 본 적이 있냐는 말일세.'
'매일 자네의 온 마음을 담아서 한 곡씩만 외우도록 하게. 3년이면 1000곡이 넘지. 그것이 바로 진정한 프로가 되는 길일세. 자네가 음악을 계속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무슨 일이든 마찬가지라는 점을 명심하게. 나는 인생은 얇은 종이를 한 겹 두 겹 겹치는 거라고 생각한다네. 그렇게 몇 년이고 쉬지 않고 겹친 두께는 아무도 흉내낼 수 없지. 각자 쌓아 올린 인생이라는 산은 각각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 산의 높이가 인생의 진정한 가치라네.'
지난 10년, 내가 영어의 종잇장을 하루하루 쌓았다면
내 인생의 산맥에 또 하나의 산이 우뚝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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